선시를 감상하며 — 누가 세간살이가 도를 가로막는다고 하리? 금곡여래는 일찍이 장자의 모습으로 응현하셨다
후이창(會昌) 5년(845), 당(唐) 무종(武宗) 황제가 칙령을 내려 승려와 비구니에게 재가(在家)로 돌아갈 것을 명하고, 수천의 사찰을 파괴하도록 하였다. 불교는 전례 없는 타격을 입었다. 지진(智眞) 선사는 억지로 재가로 돌려보내지기 전에 이 게송을 지어 회중(會衆)에 전하였다.
회중을 위한 선시 제1
당(唐)나라 구산(溈山) 지진(智眞) 선사 지음
밝은 달이 모습을 나누니, 어디나 새롭구나. 흰 옷 입은 자도 공을 아는 이를 어찌 굴복하리. 누가 세간살이가 도 닦음을 막는다 하리? 금곡여래는 일찍이 장자의 모습으로 나타나셨네.
후이창(會昌) 5년(845), 당(唐) 무종(武宗) 황제가 칙령을 내려 승려와 비구니에게 재가(在家)로 돌아갈 것을 명하고, 수천의 사찰을 파괴하도록 하였다. 불교는 전례 없는 타격을 입었다. 지진(智眞) 선사는 억지로 재가로 돌려보내지기 전에 이 게송을 지어 회중(會衆)에 전하였다.
「밝은 달이 모습을 나누니 어디나 새롭구나(明月分形 處處般般)」— 여기서 밝은 달은 청정하고 광명한 불성(佛性)을 상징한다. 물이 있는 강마다 달이 비치는 것처럼, 옛 말에 이런 구절이 전해 내려온다. 「천 강에 물이 있으면 천 달이요, 만 리에 구름이 없으면 만 리 하늘이라(千江水有千江月, 萬里無雲萬里天)」. 청정한 법신(法身)은 어디에나 두루 미쳐, 모든 곳이 진실한 모습 그 자체이다.
「흰 옷 입은 자도 공을 아는 이를 어찌 굴복하리(白衣寧屈 知空者)」— 「흰옷(白衣)」이란 재가 신자를 뜻한다. 진정한 불법을 닦아 공의 진리를 깨달은 사람에게는 재가든 출가든, 그 사이에 무슨 장애가 있으리요? 더욱이 출가에도 크게 두 가지가 있으니, 마음의 출가(心出家)와 몸의 출가(身出家)이다. 유마거절(維摩詰)이 말하기를,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출가인 것이다」라 하였다. 『대장엄법문경(大莊嚴法門經)』에 이르기를, 「보살이 출가함은 자신의 머리를 깎고 출가의 형상(形相)을 갖춘다고 해서 출가가 되는 것이 아니며 …(중략)… 또한 홀로 계율(戒律)을 지킨다고 해서 출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만일 널리 사무량심(四無量心)을 일으켜 중생으로 하여금 그 마음에 머물게 한다면, 그것이 바로 출가라 이름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누가 세간살이가 도 닦음을 막는다 하리? 금곡여래는 일찍이 장자의 모습으로 나타나셨다(世間作活云何障道 金粟如來曾作長者)」— 재가자가 널리 보리심(菩提心)을 일으켜 위로는 부처의 도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한다면, 이는 진정한 수행을 결코 방해하지 않는다. 금곡여래는 바로 이 사바 세계(娑婆世界)에서 유마거절이라 불리는 장자의 모습으로 응현하시어 사방의 중생을 널리 구제하셨으니, 본받을 만한 더없이 완벽한 본보기라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