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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안(凡眼)은 문수보살을 알아보지 못하다

옛날에 가라빈가(迦陵頻伽)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문수보살을 만나고자 간절히 바랐으나, 그 소원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옛날에 가라빈가(迦陵頻伽)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문수보살을 만나고자 간절히 바랐으나, 그 소원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하나의 방법을 떠올렸다. 널리 보시를 행하고, 사문(沙門)들을 위해 큰 잔치를 베풀며, 모임의 한가운데에 높고 우뚝 솟은 자리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이리하면 문수보살이 강림하여 자기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시리라 기대했다.

많은 사문들이 보시를 받으러 찾아왔다. 그 사이로 한 비루한 노인이 끼어 있었으니, 얼굴이 어찌나 추악한지 차마 눈을 들어다볼 수 없었다. 눈에서는 더러움이 섞인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콧구멍에는 콧물이 매달려 있었으며, 입에서는 침이 뚝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노인은 사문 무리를 헤치고 한가운데로 성큼성큼 걸어가, 뻔뻔스럽게도 그 높은 상좌(上座)에 올라앉아 버렸다.

가라빈가는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 노인이 한없이 거슬렸다. 분개하여 이렇게 생각했다.

—오늘 내가 이토록 널리 보시를 베푼 것은 바로 이를 위함이었다. 상좌는 하물며, 문수보살께서 직접 강림하시어 앉지 않으셔도, 고귀한 덕과 위엄 있으며 단정한 풍채를 갖춘 사문만이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다. —흥! 이 비루한 노인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무슨 자격으로 감히……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가라빈가는 성큼 앞으로 나서며, 예의라고는 털끝만치도 없이 노인을 상좌에서 끌어내렸다. 그러나 노인이 대문 밖으로 나서기도 전에, 가라빈가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서서는 다시 상좌에 올라앉았다. 가라빈가는 다시 돌아가 그를 끌어내렸다. 이런 일이 여러 차례 되풀이되었다.

사문들에 대한 보시가 끝나자, 가라빈가는 곧장 마을의 절로 향했다. 등불을 켜고, 향을 피워 올리며 기도했다.

—불자(佛子)가 오늘 널리 보시를 베풀었사옵니다. 이 공덕으로 현생에서 과보를 받아, 제 두 눈으로 문수보살을 직접 뵙고자 하나이다. 원컨대 소원을 이루어 주소서.

그날의 피로에 지친 가라빈가는 집에 돌아가자마자 눕기도 전에 깊이 잠들었다.

잠든 사이에 갑자기 음성이 들려왔다. 그대는 문수보살을 만나고자 하였으나, 보살이 바로 눈앞에 서 계시거늘 알아보지 못하였느니라.

가라빈가가 화들짝 놀라 묻으려는 찰나, 음성이 이어졌다. 그대 앞에서 상좌에 앉아 있던 그 노인이 바로 문수보살이 아니었느냐? 그대가 그를 일곱 번이나 끌어내리지 않았느냐? 벌써 잊었느냐?

《금강경》에 이르시되, 색(色)으로 나를 구하고, 음성(音聲)으로 나를 찾는 자는 어긋난 길을 걷는 것이니 여래(如來)를 볼 수 없느니라.

높고 낮음을 가르는 자기 판단에 사로잡힌 가라빈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어긋난 길을 걷고 있었던 셈이다. 보살이 바로 눈앞에 서 계셨는데, 가라빈가가 어찌 보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