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시 감상: 푸른 산마다 모두 법당이니
푸른 언덕마다 도의 처소이거늘 어찌 지팡이 짚고 청산을 참배하려 드는가 구름에 금빛 갈기를 한 모습이 나타난다 해도 진안은 그것을 복으로 여기지 않으시니
작별 게송 당대 미상의 스님 지음
푸른 언덕마다 도의 처소이거늘 어찌 지팡이 짚고 청산을 참배하려 드는가 구름에 금빛 갈기를 한 모습이 나타난다 해도 진안은 그것을 복으로 여기지 않으시니
옛 조주(趙州) 스님이 작은 시골 절에 들러 10여 일을 머물렀다가 떠나시려 할 때, 주지에게 작별 인사를 드리러 가셨다. "어디로 가시나요?" 주지가 묻자 조주 스님이 답하셨다. "오대산에 가서 문수보살님을 참배하려 합니다." "당신에게 드릴 게송이 하나 있습니다." 주지가 건네준 게송이 바로 위의 게송이니라.
이 게송은 모든 형상이 본래 무상(無相)이며, 도가 일상의 삶 그 자체임을 깨닫는 선의 가르침을 담고 있느니라. 본래 성품을 깨닫게 되면 법신이 온 세상에 두루 퍼져 있음을 느끼게 되어 "푸른 언덕마다 도의 처소이거늘" 이라고 한 것이니라. 모든 법이 본래 편안하고 온전하여 장애될 것 없을 때, 깨달음이 이 경지에 다다르면 "어찌 지팡이 짚고 청산을 참배하려 애쓰는가?" 라는 물음이 나오는 것이니라. 보살이 걸어도, 서도, 앉아도, 누워도 모든 행위가 도와 합쳐져 번뇌에 더럽힘 없는데, 어찌 쓸데없는 참배 행위를 굳이 하려 드는가?
그러나 이때 수행자는 일면적으로 공(空)에만 집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느니라. 모든 것이 이미 자유로운데 청산에 참배하는 것이 무슨 해로우랴? 또한 모든 법의 공한 성품과 진실한 실상을 아는 보살은 서원을 이루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보살도를 닦는 일을 계속하느니라. 옛 가르침에 이르기를 "진실한 실상의 땅에는 티끌 한 톨도 머물지 않고, 무수한 수행의 문에는 한 법도 버리지 않느니라" 하였느니라.
"구름에 금빛 갈기를 한 모습이 나타난다 해도, 진안은 그것을 복으로 여기지 않으시니" 의 마지막 두 구는 중생의 집착을 깨뜨리기 위한 것이니라. 금강경 에는 이르시기를 "형상으로 나를 보고, 소리로 나를 찾는 자는 어리석은 길을 가는 것이니 여래를 볼 수 없으리라" 하셨느니라. 또한 이르시기를 "모든 형상은 허망하니, 모든 형상을 무상으로 보면 여래를 보느니라" 하셨느니라. 수행자가 길상한 징조를 만나더라도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나타나든 사라지든, 어느 쪽에도 집착이 없어야 하느니라.